4개월 동안 다닌 내과의원 퇴사하다. D-DAY

간호사

4개월 동안 다닌 내과의원 퇴사하다. D-DAY

한간호사 2022. 8. 17. 05:30

2022/07/31

나는 올해 3월에 입사하여 수도권 종합병원에 한달을 근무하고 퇴사를 하였다.

 

그 후 의원에서 4개월간 근무하였고, 오늘부로 의원에서의 생활도 끝나고 쉬지 않고 종합병원에 입사 예정이다.

 

 

의원에서 근무하며 IV(정맥주사), IM(근육주사), 위 대장 내시경 간호, 국가건강검진, 예방접종 업무 및 사람 상대하는 법 등 사회생활하는 법을 많이 터득하였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또한 의원은 나에게 첫 병원에서 퇴사 후 떨어진 자존감을 다시 올릴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었다.

첫 병원에서는 단기간에 모든 것을 습득하려고 하는 욕심과 업무가 느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조급함에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첫 병원에 입사한 후에도 조금 늦고,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성장해 나아가면 좋았을텐데 나는 뭐가 그렇게 조급해서 그리도 빨리 나왔던 것일까? 그토록 원하던 병원이고, 내가 고등학생 때 꿈꿔 왔던 직업인데.. 굳이 다른 동기와 비교하고, 깎아내리고, 비난해야만 했을까?ㅜㅜ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내가 너무 안타깝다.

 

 

아무튼...그렇게 퇴사 후 나는 부정적이고 예민한 사람이 되어갔다.

초반에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나 하는 생각에 불면증에 시달렸다. 하루에 잠을 2시간씩 잤던 것 같다.

그것도 잤다 깨어났다 반복하며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이 보기가 싫었다.

아침에 해가 뜬다는 것은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것...

그 당시 나는 아무런 목표, 희망, 꿈이 없어서 나에겐 아침이 반갑지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이 방 저 방 거실, 여기저기 왔다갔다 거리며 가족들에게 하소연을 하면서 주변사람을 더 힘들게 하였다. 기분이 오락가락 하고, 우울하고,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눈물이 떨어지고..퇴사 전까지는 너무도 당연하게 했었던 의, 식, 주가 귀찮아지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정신간호학 시간에 배웠던 우울증 환자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동생은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구나 싶어 나에게 외출을 하라고 했다.

한번 동네 의원이라도 들어가서 기본기 부터 차근차근 배워보자고 제안하였다. 그렇게 일을 구하게 되었다.

널스잡, 사람인 등 간호사 채용공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구직준비를 하였다. 여기저기서 면접보러 오라고 연락은 왔지만..내가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망설여졌다. 그러다가 집 근처에 기본기가 없어도 성실함과 열정만 갖고 오라는 병원이 있어 면접을 보게 되었고 그렇게 내과 의원에 들어가게 되었다.

원장님께 죄송하지만...초반에는 솔직히..열정없이 그냥 다녔다.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몸에서 에너지가 생기지 않았다. 정말..호르몬이 내 몸을 좌우하는게 느껴졌다.(그 당시에는 정말 아무런 열정, 꿈, 희망이 없었을 뿐더러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무기력했던 것 같다...ㅠ.ㅠ 다행히 일을 하면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렇게 한 2개월 동안은 힘들었다. 안그래도 자존감이 떨어졌는데, 업무, 환경, 사람도 낯설고..

가끔 진상 환자가 오시면 조금만 삿대질을 하거나 소리를 치면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도 눈에서 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랬다. 하지만 4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결국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업무, 사람, 환경 등 모두 시간이 지나면 내공이 쌓이고 성장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첫 종합병원 입사 후 힘들었을 때에도 다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했다. 그 당시에 나는 그 말이 내 귀에 들리지가 않고, 오직 내가 힘든 것만 눈에 보였다. 그런데 의원에서 일을 해보니 '아..여기서도 못할 것 같은데.' '외래 업무가 눈에 안보이는데..' 했던 것들이 지금은 너무나도 쉬운 단순 업무였던 것을 깨달았다.

 

 

초반에는 일을 적응하느라 바빠 별 생각없이 다녔다. 그런데 업무를 적응하고 나니 이제 내 미래, 진로,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급성기 환자(EX. 배가 아파 굴러갈정도로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맹장염, 간암환자...등등)를 접할 때마다 내가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V/S(활력징후)을 측정하고 원장님께 noti 하는 업무... 심지어 혈압 측정하는 것 마저도 자동 혈압계로 재다보니 혈압계 커프를 감는 것이 손에 잘 안익을 정도였다. 또한, 각종 검사결과를 진행하였을 때 R/O(추정진단) 에 원장님께서 appendicitis, liver cancer 등 판독을 내셨을 때 나의 역할은 접수대에서 진료의뢰서를 뽑아 도장을 찍고 봉투에 담아드리며 2차, 3차 병원으로 보내드리는 일이었다.

이 곳에서 일하게 되면 간호사가 원무과 역할, 병리사 역할, 간호사 및 조무사 역할 등 모든 것을 해야만 했고, 나는 그 과정 속에서 한마디로 현타가 왔다. '내가 4년동안 배웠던건 이런게 아닌데..' '난 환자 옆에서 직접적인 간호를 하고, 환자의 상태 변화 및 추이를 더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간호 하고 싶은데....' 그렇게 오랜 시간 끝에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이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의원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