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나 혼자 환자 입원, 수술, 퇴원까지 시킨 날!

간호사

처음으로 나 혼자 환자 입원, 수술, 퇴원까지 시킨 날!

한간호사 2022. 8. 20. 03:27

8/19(금)
오늘은 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날이다.
오늘 처음으로 hypy(자궁경수술) 환자를 입원 받는 것부터 수술, 퇴원 및 약 설명까지 *액팅, *차팅을 모두 해보았다.
*액팅: 주사, 투약, 혈압 재기, 환자 교육 >> 흔히 환자들에게 직접적으로 손으로 간호행위를 하는 역할
= 흔히 발로 뛰는 사람들
*차팅: 간호기록, 행정적인 업무>>환자에게 있었던 일들을 모두 간호 기록으로 남기는 역할
= 흔히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
(우리 병원은 간호사 한명이 액팅+차팅을 다 한다. 이것을 팀간호라고 한다. A,B팀 나누어져서 A팀 간호사 1명, B팀 간호사 1명이 각자의 팀을 간호함. 장점: 환자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 알고 간호를 할 수 있다. 만약 액팅1명 차팅1명 각자의 일만 나눠서 한다면, 주사주는 사람은 주사만 주고 기록하는 사람은 기록만 한다. 따라서 액팅은 그 환자에게 왜 이 약이 들어가는지 신경쓰지 않으면 잘 모를 수도 있다. 또한 차팅 역할을 맡은 사람 역시 액팅을 내가 안했기 때문에 환자에게 올바른 투약이 됬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 한 잘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OP(수술) 가기 전에 HS(하트만액)를 KEEP으로(혈관 유지 수액) 달기 위해서 IV(정맥주사)를 해야만 했는데, 22G로 한 번에 성공해서 굉장히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해냈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두 번 찌르지 않고 환자분이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 더 다행이지 싶었다.
의원에서는 24G 가장 얇은 바늘로만 했는데 갑자기 22G(24G보다 한 단계 두꺼운 바늘)를 잡으려니 솔직히 조금 겁도 있었다. 하지만 침착하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좋은 vein(혈관)을 찾기 위해서 신중함을 기울였고, 혈관 지지도 신경 썼다.





물론 앞으로 C-SEC(제왕절개), NSVD(질식분만=자연분만) 환자들에게는 *18G를 잡을 일이 많겠지만..그건 나중에 생각해보려고 한다...*^^*
* 18G: 수술용 바늘로 혹시 모를 수혈을 위해 적혈구가 통과할 수 있는 굵은 바늘을 사용한다.





hypy(자궁경 수술)는 당일 입 퇴원을 할 정도로 간단한 수술이다.
수술실에서 올라온 환자분이 일반인처럼 안색이 좋아보였고, PCA(자가통증조절기)나 진통제 들어가는 것도 없었다.
수술 후 금식, 미음을 유지해야하는 타 수술들과 달리 바로 일반식으로도 드실 수 있다.





내가 오늘 이 환자를 간호하기까지 절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었다.
든든한 지원자 *프리셉터 선생님께서 지금껏 함께하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를 1:1로 가르쳐주시는 프리셉터 선생님께 매일 감사함을 느낀다.
* 프리셉터(precepter): 신규간호사를 가르치는 연차가 어느 정도 있는 간호사




자랑은 아니지만..나는 중증도가 높은 급성기 종합병원에서 1달 만에 나왔다.
그 후 난.. ‘간호사는 나의 길이 아닌가보다.’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오히려 피해만 되는 것 같다.’ 라는 생각들로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있었다.
무엇보다 대학 동기들은 잘 버티고 있는데 나 혼자 나왔다는 것이 실패자 같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렇게 의원에 들어가고 다시 종합병원으로 이직.. 이 모든 것이 1년.. 아니 5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다시 힘들게 온 종합병원이기에 버티고 싶다는 열정이 있었다.
현재 재직중인 병원은 첫 출근 날 신규 간호사가 들어왔을 때 진심으로 환영해주었다. (직장에 대한 첫 인상이 매우 좋았음.반면 전 병원에서는 신규직원 들어왔다 하면 그냥 컴퓨터 두드리다가 얼굴만 한번 스윽 보더니 다 자기 일들만 함...그만큼 중증도가 높으니까 자기들 일하기 바쁨..)
이 곳은 1:1프리셉터 선생님께서 너무 친절하시다.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할 때 너무 조급하지 않도록 해주시고 “그럴 수 있다.” “괜찮다.” 위안이 되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신다. 내 자존감을 올려주시는 내 프리셉터 선생님...ㅠㅠ
본인 일도 하면서 졸졸 따라다니는 나를 가르치려면 얼마나 힘이 드실까... 물론 그것이 프리셉터의 업무이긴 하겠지만..
교육을 받을 때마다 쉴 새 없이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볼 때 마다 에너지 소모가 장난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너무 열심히 설명을 해주시니 집중해서 안 들을 수가 없다.
그런 프리셉터 선생님을 봐서라도 업무를 빨리 익히고 싶고,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하나를 완벽한 간호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피해 끼치지 않고, 업무에 빨리 적응하고싶다.
그리고 반드시 잘해내고야 말겠다. 여기서는 내 꿈을 꼭 펼쳐낼 것이다.